전문가 여행기

서울억새축제, 하늘 닿은 공원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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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에 산다는 건 값비싼 머무름의 비용을 치르고 산다는 의미다. 치른 비용은 큰데 머무는 곳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곧잘 툭 트인 어딘가를 찾아 떠나게 되는 듯싶다. 서울에서 서울 어딘가를 향할 때 시선이 툭 트인 곳을 즐겨 간다. 특히나 같은 계절이 찾아오면 잊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 하늘 맞닿은 공원이다.



* 서울 하늘공원, 전망 - 한강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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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마주하고 있는 공원이다. 지하철로도 닿을 수 있다. 하늘공원 입구는 완만한 경사로로 공원 정상부까지 걸어가려면 약 30분 정도 걸린다. 길게 걷기 힘들 때는 나들이 기분도 내 볼 겸 맹꽁이 기차를 타도 좋다. 단번에 공원에 오르고 싶다면 계단으로 오르면 된다. 나는 늘 그렇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쪽 입구로 올라가면 계단으로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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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시작점 앞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밟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 턱 밑에 주차를 하고 수백 개 계단을 오른다. 조금은 힘들지만 몇 개 계단만 올라도 풍경이 시원하게 넓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숨이 턱에 닿는다. 계단을 다 올라 평평한 공원에 다다르면 익숙한 장면이 다가온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어름어름 한다. 하늘공원은 한강변에 둔덕처럼 자리하고 있기에 한강 조망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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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을 계절마다 찾는 큰 이유는 이 의자다. 푸름을 바라보라고 놓인 의자다. 나란하게 앉는다. 공원 정점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푸름과 한강의 푸름이 이 공원을 찾게 한다. 가을의 한강이다. 가을날 푸름이 청명하고 쾌활한 기분을 선사한다. 들끓던 여름 기억이 벌써 아스라해진다. 소슬한 바람이 선선하게 너른 공간을 스쳐 지나간다. 몸과 마음이 평안해진다. 차오른 숨이 편안해진다. 기분도 나긋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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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곳을 다닐 때 공원과 공공도서관을 꼭 들르는 편이다. 공원과 공공 도서관은 도시 속에 자리한 공공복지 공간이다. 부자이든 빈자이든 누구나에게 열린 공간이면서 산책하며 몸을 가꾸고 읽으며 마음을 가꿀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자나 빈자나 모두 여기서는 서울을, 한강을 담담히 바라본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면서 온전하게 시선에 서울을 바라볼 수 있다. 

* 서울 하늘공원, 축제 - 서울억새축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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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늘공원 사잇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늘공원은 나름 오래된 공원이다. 2002년은 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한 해였다. 당시 이 부근은 대대적인 정비를 하였다. 월드컵 경기장이 생기고 도로가 시원하게 넓어졌다. 그리고 여기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하늘공원화하여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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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여 년이 흘렀다. 공원을 정비하여 사람들을 맞아들이면서 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억새풀은 부쩍 자랐다. 매년 점점 더 풍성해지는 억새들. 모두에게 억새가 손을 흔든다. 도시의 상전벽해다. 난지도- 그 이름은 아스라해졌다. 모두가 피하던 곳이 모두가 찾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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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들 덕분에 여기는 더 이상 도시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느 한적한 하구에 온 듯 싶다. 실제로 이 기분은 억새들의 '고향' 덕분 아닐까. 하늘공원의 억새들은 예사 억새가 아니다. 우리나라 곳곳, 전국 23개 시와 도에서 가져와 식재했다. 제주 산굼부리 오름의 억새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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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득한 억새, 장관이다. 축제가 없을 리 없다. 여기 하늘공원에서는 매년 가을을 맞아 억새를 주인공으로 하는 축제가 열린다. 매년 10월이다. 여러 행사도 하고 이벤트도 열린다. 붐비는 인파 사이에서보다 한갓지게 보고 싶다면 축제 끝나고 와도 좋다. 억새는 그 자리에 있으니.  


* 서울 하늘공원, 낭만 - 아름다운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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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인 공간. 서울 하늘 아래 누구나를 환영하는 너른 공간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시절은 아름다워- 좋은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때다. 그리하여 나도 여전히 함께하는 이와 나란하게 걷는다. 하얀 일렁임 너머 서울을 호위하는 산이 보인다. 시야가 트이고 숨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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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공간은 조금은 적적하게 누리고 싶어, 보통은 살짝 이를 때 부지런하게 찾는 편이다. 찬 기운을 가르며 지난다. 별말 없이 별 뜻 없이 이 순간을 소요하며 걸어간다. 소유를 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내가 바라본 이 풍경, 맞잡은 손의 온기, 서늘한 가을 바람결- 이런 것들에 대한 기억을 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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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중에서는 같은 곳을 다시 찾게 되는 곳이 있다. 먼 곳일 수도 있고 가까운 곳일 수도 있다. 어디든 간에 묘하게 나와 잘 맞아 다시 찾게 된다. 특히 매년 같은 곳을 같은 사람과 발걸음 하는 일, 참 좋아하는 일이다. 과거의 다정한 기억 위에 올해의 생생한 기억을 한 켜 쌓아 올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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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노을질 때도 눈부시다. 아침나절 투명한 빛 아래 만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스러져가는 그날의 태양빛에 기대어 일렁이는 억새도 장관이다. 붉은빛에 물든 한강이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노을에 물든 억새들이 조금은 외로워 보이는 모습. 가을 특유의 정취가 잘 살아있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 서울 하늘공원, 명물 - 핑크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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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억새 길을 걷는다. 억새밭을 곱게 가르마 탄 것처럼 길이 쭉 뻗어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공원 한쪽으로 수렴한다. 하늘공원에도 드디어 핑크뮬리 밭이 생겼단다. 이미지로 말하는 세상, 저 분홍이 SNS 인기라고, 요새 여기저기 심고 있다는 핑크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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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는 분홍쥐꼬리새 또는 분홍억새라고도 한다. 여름에 쑥쑥 자라 가을에 분홍, 자주, 보라색 꽃이 핀다. 그래, 지금은 가을- 너의 절정이구나. 보르르, 분홍이 부드럽게 일렁인다. 사람들이 그 절정을 뒤에 두고 행복한 오늘의 시간을 박제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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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생명이 찬란한 시절, 분홍이 차오르고 분홍이 흩날린다. 핑크뮬리의 분홍이 고운 이유는 가을 하늘 덕분이 아닐까. 파르라한 하늘, 푸름이 뚝뚝 떨어질 듯한 하늘이 뒤에 서 있으니 그 앞에 선 핑크는 그야말로 가슴 설레는 복숭앗빛 핑크다.

* 서울 하늘공원, 숨은 명소 - 메타세콰이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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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 억새와 핑크뮬리의 흐드러짐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메타세콰이아 길이다. 하늘공원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길이다. 숨겨두고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길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이기에 많은 이들이 찾아 이 길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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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래에 숨은 듯 조용하게 이어지는 길, 높다랗게 치솟은 메타세콰이어들은 도열한 장병들처럼 웅장한 감을 가지고 있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과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함께 왔던 사람들을 상기한다.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언제 한번 또 같이 와야겠다.'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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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을 걷는 발걸음이지만 정경은 새삼스레 곱고 눈부시다. 매년 새로운 계절이 오면 그 계절을 이유로 좋아하는 장소를 다시 찾는다. 좋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그곳에서의 좋은 기억을 소유하는 일이 참으로 좋다. 그런 일을 좋은 이와 매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적이나 좋은 일이다.



@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제18회 서울억새축제 2019 정보 

- 축제기간 : 2019 2019.10.18(금) ~ 2019.10.24(목)
- 축제장소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일대 
- 축제 시 연장개장 시간 : 축제 기간 내 야간 개장함(~22시, 축제 기간 내 저녁 7시 & 8시 억새 라이팅 쇼 함) 
- 공원 입장료 상시 무료/하늘공원 일대 도로변 공영주차장 유료주차 가능
- 공원 입구에서 정상까지 도보 30분 내외 소요, 맹꽁이 전기차 운영(왕복 3천원) 
- 참고 : 억새축제 종료 뒤에도 억새/핑크뮬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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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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