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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별 헤는 밤, 은하수 촬영하기 좋은 장소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故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릴 적 타자 연습을 하겠다고 컴퓨터를 켜고 수없이 두드렸던 이 시는, 타자를 쳤던 손가락의 감각이 기억하고 있었다. 한 여름 수박을 먹으며 하늘을 바라보면 무수한 별이 떠있었던 꼬꼬마 시절도, 은하수를 보겠다고 힘든 여정을 따라 몽골로 떠났던 어른이 되어가는 시절에도 '하늘의 별'은 늘 나의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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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1100고지 도로,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을 담아보았다

은하수는 맑은 밤 하늘에 보이는 회백색의 성운이라고 정의한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미리내'라고 불리며 눈에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날씨와 빛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직접 보거나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고도가 높고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이라면 어렴풋이 볼 수 있겠으나 선명하게 볼 확률은 굉장히 희박하다는 것.

SNS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이는 은하수들은 대부분 보정에 의해 탄생한 작품들이고, 보정을 하지 않았더라도 카메라를 조절하여 담아내는 결과물이다. 심혈을 기울여 촬영을 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사진만큼 또렷한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금물.

■ 은하수 촬영 준비1. 고성능 풀프레임 카메라 바디와 화각이 넓은 초광각 렌즈 선호
   선명한 별과 은하수 촬영을 위해 최대한 밝은 렌즈를 사용할 것 (조리개 F2.8 이하 렌즈가 유리)
2. 삼각대 필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선 릴리즈(리모컨) 있으면 좋음 
3. 구름이 없는 날, 달빛이 없는 고지대 추천.  흐린 날과 습도가 높고 안개가 끼는 곳은 비추천
4. 시기에 따라 은하수 관측 시간대가 달라지며 3월 ~ 11월 초까지 관측 가능
5. 4월~8월까지 최적기, 달이 보름일 때는 촬영이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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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은하수를 담기에 적합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다. 초보들도, 어떤 카메라로든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쓸데 없는 자존심'을 가지고 애정 하는 카메라로 담아보았다. 맞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력이 안되니까, 아직은 연습 삼아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중이다. 못 찍어도 카메라 탓을 하며 핑곗거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 내 사진을 보면서 '아. 저기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을 꼭 담아낼 수 있었으면. 

나는 사진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이 좋아 카메라를 드는 것이고, 밤의 감동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고뇌를 하며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별을 담고 싶어서, 그 반짝임을 오래도록 잊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면 은하수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에 담길까? 제주도에서 은하수 촬영하기 좋은 장소 다섯 곳을 만나보았다.



 1  천백고지 휴게소
: 별 궤적 촬영지로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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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0고지 사슴동상

1100고지는 유일하게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한라산과 연결된 도로이다. 한 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이라 속이 답답할 때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장소. 그때 맥주 한 캔 마시면 그야말로 천국이지.

많은 사진작가들이 여름밤 이곳을 탐을 내는 이유는 별 궤적과 은하수를 담기 위해서! 간혹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며 사진 촬영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 하늘에 구름으로 가득한 날 방문했던 나는 걷히지 않는 구름을 원망하며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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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줄기가 꾸물거리길래 급하게 몇 컷 남긴 사진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은하수는 쉽게 손 내밀어 주지 않으니까. 분명한 건 천백고지는 제주도에서 가장 은하수를 보기 좋은 곳이며, 소름 돋을 만큼 황홀한 사진들이 SNS에 올라온다. 내가 촬영한 사진 말고 다른 사진작가님들이 촬영한 사진들이 말이다. 하하 나도 언젠가 감동을 담고 말겠다.

INFO. 
  •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산 1-1 천백고지 휴게소 
  • 휴게소 맞은 편에 습지 생태공원이 있으며 산책하기 좋습니다.(밤에는 위험하니 낮에만 이용하세요.)



 2  성이시돌 목장 테쉬폰
: 제주도의 핫한 사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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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시돌 목장 내에 있는 테쉬폰은 여행자들이 잘 모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너무 잘 알려진 탓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처음 이 장소를 알았을 때는 드넓은 땅 사이 덩그러니 있는 낡은 건축물에 불과했었다. 1960년대에 제주도에 보급되었으며, 이라크 바그다드 가까이 '테쉬폰(Cteshphon)'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건축양식이 시작되어 불리는 이름이란다. 유럽식 아치형 건물이 특징이며 스냅 사진 촬영 명소가 된지는 오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도 아니고, 흐물흐물하게 눈에 보였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은하수 덕에 촬영은 한 컷으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번개인 줄 착각하는 건가. 왜 잠깐 번쩍이고 사라져 왜?

INFO.
  •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135
  • 네비게이션 검색 시 '성 이시돌 목장'보다는 '우유 부단' 카페를 검색하는 것이 낫습니다.



 3  새별 오름 나홀로 나무(왕따나무)
:  홀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일명 소지섭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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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초록해도 좋고,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도 멋진 사진 촬영 장소가 되는 나 홀로 나무. 예전에 소지섭이 나온 CF 촬영 장소라고 하여 '소지섭 나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초록의 풍성함을 잃은 계절의 낮에 찾아가면 다소 실망하는 이들이 많고, 여름부터 초가을 밤까지 별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이기에 필자 또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개인 사유지임에도 여행자들을 위해 딱히 제재하는 것이 없는 곳이니만큼 함부로 무언가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 또한 나무까지 가는 길이 밤에는 조금 위험할 수 있고, 도로에 차를 세워둬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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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만을 위해 두 번째 방문한 날, 처음 갔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은하수 때문에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색감이라도 달리 바꿔볼까 애를 썼지만 보이지 않는 은하수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 은근슬쩍 얼굴만 비춘 장면을 담은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INFO.
  •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산 30-8 새별오름 나홀로나무
  • 주소로 찾기가 힘들다면 '그리스 신화 박물관' 입구를 먼저 찾고, 성 이시돌 목장 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 편에 있습니다.
  • 나무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도로 사이의 작은 도랑을 건너야 해요.
    밤에는 위험하니 꼭 라이트를 켜고 조심히 건너세요.



 4  성산 일출봉
: 봄의 새벽 절정을 이루는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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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은하수 촬영만 가면 이래?" 슬슬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중에는 그래도 운이 따라주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왜 이리도 운이 없는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나갈 때마다 허탕을 치니 궁시렁 거리는 내 입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마중 나가 있을 수밖에.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것처럼 대빨 나온 입은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구름도 별로 없고 하늘도 맑은 편인데 뭐가 문제야?! 그래 내가 문제겠지. 나는 은하수하고 인연이 없는거야. 은하수 촬영하기 좋을 것 같아서 급하게 향한 성산일출봉에서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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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던 정신을 다잡고 장소를 옮겼다. 다행히 옅은 은하수는 볼 수 있었다. 멋진 장면을 담겠다고 밤을 새면서 촬영하는 것도 아닌데 뭐 이리 욕심만 많은 건지. 내년에는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밤을 새우면서 환상적인 장면을 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굳세어라 나의 의지여. 

INFO.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24-33 광치기해변
  • 성산일출봉에서는 매 년 12월 31일 밤 ~ 1월 1일 사이 새해맞이 불꽃 축제가 열립니다.
    광치기 해변에서 불꽃이 떠오르는 장면을 촬영하면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거예요.



 5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
: 의외의 은하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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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뭔가 있어요!" 밤 촬영은 하지 않던 내가 갑자기 은하수에 꽂혀 새벽에 달려나가기를 몇 번.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며 올해를 지나 보내고 있었던 차에 우연히 아는 분의 새벽 촬영에 동행을 하게 되었었다. 기대를 품고 찾아갔던 한라산 1100고지는 역시나 이번에도 구름이 가득했고, 새로운 곳을 가보자고 향했던 이곳에서 은하수를 보게 될 줄이야. 심지어 희끄무레한 모습인데도 이게 은하수다 싶은 것이, 바로 바닥에 앉아서 구도를 잡게 만들었다. 그 사이 도망가 버릴 줄도 모르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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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보았으니 실망하지 않고 자리를 옮겨 셔터를 눌렀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셔터 누르는 일이 없는 나였는데,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와 은하수가 나를 진지하게 셔터를 누르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 제주도 여기저기를 다니며 카메라에 담기는 은하수는 있었지만, 눈에도 '은하수다!' 싶게 보이는 건 없어서 늘 뭔가 서운했었다. 이 날은 약하지만 그래도 올해 중 가장 제대로 볼 수 있었으니까 대만족. 내년에는 더 분발해 봐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온 장면. 희미하게 구름 한 줌 흩뿌리듯 펼쳐진 은하수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있을 건 분명하다. 촬영하기 좋은 시기를 다 놓치고 뒷북치고 다니기는 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만나기 시작한 새로움이니 필자는 기다려 볼 생각이다. 다시 찾아올 봄을, 5월을, 은하수를. 

INFO.
  • 제주 서귀포시 1100로 506-1 천문과학문화관
  • 낮에는 태양을 관측하고 밤에는 별과 달을 관측할 수 있는 곳입니다.
  • 실내 이용시간 - 14:00 ~ 22:00 (1월 1일, 설날, 추석 휴관 / 월요일 휴무)
  • 입장료 성인 - 2,000원  /  청소년 -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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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양 민양

여행할 때만큼은 감성이 게으른 여행자. 여행이라는 '선'에 내가 서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누군가 내 사진과 글을 통해 잠시라도 웃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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